일장기를 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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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신보 기자 작성일23-03-23 10:57본문
3.1절 날 세종시 한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건 일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다가 그 사람이 목사라는 것이 밝혀지자 교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외가가 일본인이라고 하는 이 사람은 합동해외총회 소속 목사로 알려졌으며 해당 교단에서도 제명 처리나 탈퇴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천주교 신부가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 추락을 기도했다는 소식에 성직자로서의 가질 태도가 아님을 강하게 질타당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개신교 목사라는 사람이 그것도 3.1절 날 자기 아파트 베란다에 일장기를 내건 사건은 모든 사람에게 적잖은 충격과 함께 분노하게 하였으며 교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신과 실망감을 부추기는 일이 되어 안타까움을 넘어 경악을 금할 길이 없게 하고 있다. 가장 정직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사람이 자신의 신분이나 국적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속여 하나님 영광을 가리고 목회자들이 욕을 먹게 된 것이다. 본인은 한일 감정을 좀 완화시켜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그리했다고 하지만, 덕이 안되고 방법이 옳지 않았을 때 역사를 부정하게 되고 일제강점기 시대에 고통과 피해를 당한 사람들과 온 국민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게 되는 일임을 알았어야 할 것이다.
3.1절 독립선언문에 서명하고 잊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던지며 애국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 지도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한 3.1절 독립 만세 운동을 일으켜 조선 민족의 정신과 나라를 지키려는 순고한 류관순 열사나 신사참배를 반대하며 신앙을 지켜왔던 주기철 목사를 비롯한 순교자들의 신앙을 무너트리는 무서운 죄임을 알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는 3.1절 행사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정당들뿐만 아니라 국민도 서로 다른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는 하지만 방법에 대한 견해가 달라 환영과 반대가 격양되게 드러나 앞으로 한참 이 문제를 두고 또 다른 이슈의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합과 경제발전 그리고 국가 안보를 위한 중대한 결단일 수 있겠으나 한일관계의 역사 청산과 전후 처리 문제는 놔둔 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이 망각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 한일관계 회복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떠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유사한 역사를 살펴보며 그 해법을 찾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독일의 역대 정부는 히틀러의 죄과와 홀로코스트의 비극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해왔다. 서독의 보상정책을 실현하기까지 유대신 단체와 이스라엘,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4개 군정 당국의 영향력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나치의 과거 범죄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었다. 이에 이스라엘과의 배상 문제를 타결하고자 하면서 34억 5천만 마르크에 달하는 배상액을 15년간 현물로 지불하겠다는 룩셈부르크 조약이 체결되었다. 그러면서 국가배상과 별도로 개인 배상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배상은 2030년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금번 대법원판결로 긴 법적 싸움 끝에 얻게 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영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이들은 물질적 손해배상보다는 진정 어린 일본의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처지에서는 침략의 역사를 전범국가로 공식 인정받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치부를 인정하는 것이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죄에서 참된 자유를 얻는 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때 진정한 평화를 얻게 된 것이다. 일장기를 내건 행위로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진정한 사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