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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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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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신보 기자 작성일23-04-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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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건 43주년을 앞두고 광주시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희생자들을 찾아와 사죄하고 5.18묘지를 찾아 눈물로 묘비를 하나하나 자기 옷을 벗어 닦으며 용서를 구하여 모든 언론사가 일제히 보도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전두환씨 가족이 5.18 묘지를 찾아와 참배하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보는 이들은 물론 희생자 유족들도 당황스러우면서도 눈물을 적시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지난날의 5.18 광주 대참사가 전우원씨의 사죄와 희생자 가족들의 용서로 일말의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친손자가 찾아와 사죄하고, 용서하는 시간은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국민의 관심은 전우원씨 보다는 광주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과연 희생자 유족들과 시민들은 ‘이러한 전우원씨의 행보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그리고 용서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인들이 찾아와 조의를 표하거나 사과할 때마다 광주시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희생자 유족들이 전우원씨의 사죄를 받아 주었던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가,”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준 그 용기에 고맙다”고 화답하고는 안아주면서 “힘을 내서 살아라.”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모습에 누군가는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과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죄와 용서가 있는 대한민국의 현 모습을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싶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붙들려온 여인을 놓고 돌로 치라고 할 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우리가 용서하기를 바라신다. 정죄보다 화해와 용서가 먼저라는 것이다. 

죄인이 용서받을 때 참된 평안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용서는 진정한 사죄가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희생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 것은 희생의 아픔만이 아니라 학살 책임자의 진정한 사죄가 없었기에 더욱 그리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죄와 용서의 시간이 걸리는 데 43년이 걸린 것이다. 나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용서를 구한 전우원씨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희생자들의 모습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용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참사를 당한 이들에게 용서라는 단어조차 낭비라고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심이 통할 때 용서도 가능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용서는 강하고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번에 용서는 더욱 귀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4월 하면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의 고난과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부활의 예수님을 생각하며 사죄와 용서가 주는 귀한 교훈과 은혜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십자가의 사랑과 구속의 은혜를 접할 수 있는 모든 인류가 거저 주시는 은혜를 받을 수 있는 데에는 사죄의 모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할 때 우편 강도나,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 그리고 사마리아의 우물가의 여인 등, 수많은 죄인에게 주어진 용서는 사죄를 통해서 얻어졌던 것이다. 내가 먼저 허리를 굽혀서 발을 씻어주고, 내가 희생함으로 얻게 되는 덕과 사랑만이 서로를 포용하고 전우원씨를 안아주던 그 따듯함이 다시 재현될 수 있을 것이다. 

4월인 지금 한참 예쁘게 피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운 꽃들처럼 온 국민과 교회 안에 이러한 아름다운 소식들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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