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이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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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꽃이 필 때.....”
글 한상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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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신보 기자 작성일23-05-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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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의 40여 년의 삶. 어찌 몇 글자로 표현하리오. 그러나 그냥 묻어 버릴 수 없어 이렇게 지난날을 더듬거리며 글을 쓰오. 여보, 고생 많이 했소. 정말 많이 했소.

80년대 새벽, 명학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 남대문, 동대문 옷 시장을 찾아다녔소. 장사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던 당신, 우리는 용감하게 양품점에 뛰어 들었고, 그 후 나는 기나긴 야채장사에 뛰어 들었고...

조그만 돛단배가 칠흑같이 어두운 파도 속을 헤매는 듯한 삶이었소. 심장수술은 한 번도 두렵고 어려운데 그 수술을 두 번, 심장박동기까지 달고, 뇌경색 두 번, 드디어 뇌출혈까지... 눈이 아파, 눈이 아파,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몇 년 사이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왠지 불안한 삶이 이어졌지만 무언가 속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 내가 한없이 원망스럽소... 몇 년 전부터 목회를 그만두자, 목회를 그만두자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소. 그 말에 동의해서 그만두었으면 오늘과 같은 날이 안 올 수도 있었는데... 어머니가 세 살 때 돌아가셨기에 당신은 어쩌면 외롭게 살 수밖에 없었소. 외로움이 그늘처럼 따라다니는 그 마음을 좀 더 자상하게 채워 주었어야 하는데... 

싸우기도 하고, 큰 소리도 치고, 지나고 나면 당신 말이 다 맞는데 괜히 억지 부리고... 천사 같은 당신의 마음을 놀랜 참새처럼 조마조마하게 한 죄를 용서하오... 바보 온달 같은 나를 만나 지질이 고생만 하였소... 당신은 요구르트 한 병이면 만족하였고 박카스 한 병도 두 번에 나눠 먹었소. 나누고 베풀기를 좋아했던 당신은 누가 오면 바리바리 싸 주었고 음식 솜씨가 좋았던 당신은 무슨 음식을 만들어도 맛있었소... 심방 갈 때는 과일, 떡, 김, 손수 만든 빵, 텃밭에서 키운 풋고추, 오이, 가지, 때로는 갈비탕, 추어탕까지 좋아하며 들고 갔지...

3월 7일 늦은 밤에 당신은 응급실에 입원하였고, 그다음 날 수요일 저녁에 당신의 친정 오빠가 소천하였고, 101살 한수덕 집사님은 20일, 이오장 성도는 22일, 당신은 마지막으로 3월 23일에 주님 품에 안기었소. 친정 오빠는 당신의 평생 기도 제목이었고, 한수덕 집사님은 한 달 전에 부천 요양병원으로 마지막 심방하였고, 박옥순 이오장 성도 가정은 당신이 6년 동안 끈질기게 전도한 가정이오. 참 기가 막힌 17일이었소... 그래서 그런지 어느 목사님이 “사모님은 이 땅에서 이룰 구원 다 이루시고 1분 1초도 빠르지 않게 하나님의 천사들에 받들려 다시는 병과 고통과 죽음도 없는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소. 

어려서 엄마가 없기에 그렇게 울던 당신을 엄마처럼 키운 성북 올케, 당신 소식에 그 올케는 하루 종일 울었다 하오... 당신 소식에 많은 분들이 전화통을 붙들고 울고, 장례식장에 들어오며 울고, 당신의 영정 사진 앞에서 많은 분들이 목놓아 울었소... 아산에서 약국 하는 조카는 당신 소식을 듣고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하며 약국 문을 닫고 단숨에 달려왔소.

얼마나 울었을까... 이튿날 새벽, 중환자실에 누어 잠들어 있는 당신의 모습은 28살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이었소. 나는 그 예쁜 모습을 보고 하나님이 고쳐 주시는 줄 알았소... 항상 명랑하고 재치 있는 당신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었소. 당신과 함께 한 날이 내 인생의 최고의 황금기이었소. 당신은 삼막골의 다윗이었소. 작은 체구에 몸이 아프든지 말든지 마지막까지 아픈 가슴을 끌어안고 최선을 다하였소. 당신은 한 알의 밀알이었소.

남명순 파이팅!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도 대상자들, 이제 소망교회 남은 자들이 이어받을 테니 편히 쉬세요. 그렇게 어려운 교회와 목사님과 이웃을 돕고 싶어 했던 당신, 이제 “남명순 선교회”이름으로 도우려 하오. 그렇게 해서라도 덩그러니 떠난 당신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오. 작년 늦가을에 심은 마늘, 싹이 잘나서 파릇파릇 예쁘게 자라오. 어느 해 당신 생일날, 동네 길가 개나리꽃을 한 다발 꺾어 생일 축하 꽃으로 선물한 것이 생각 나오.

아, 아, 당신은 개나리꽃이 필 때 태어나서 개나리꽃이 핀 동산에 묻혔소. 당신을 애지중지 사랑하던 아버님, 어머님 곁에 잠든 모습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되오. 두 분 모두 당신이 시집와서 전도하였지... 대전에서 파주에서 언니 보려고 달려오던 동생들, ‘친정집 오는 것 같이 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지...?’

당신은 언젠가 ‘내가 이제 너희들을 다 돌본 것 같구나’라는 말도 했다며...

사모님, 고생하셨습니다. 사모님, 애쓰셨습니다. 사모님, 앞으로 잘 해드릴게요. 세 번 연속적으로 열린 사모님의 날 행사, 그나마 잘한 것 같으네요.

당신은 임영웅씨를 좋아했지.

여보, 사랑하오.

잘 가세요.

2023. 4월 못난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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